오랜 수소문 끝에 낙서왕과의 접선에 성공했다!
20년을 넘는 기간 동안 멋드러진 낙서 하나로
이 험난한 세상을 타파해나가고 있는 조경규 작가님을 소개합니다!
예고편
[1화~10화]
낙서왕과의 만남
후기

만화가, 그래픽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먹방’이 유행하기 전부터 음식 만화 『차이니즈 봉봉클럽』을 통해 미식가들의 격찬을 받았으며,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은 초등학생부터 부모 세대까지 고르게 사랑을 받고 있다.

n십 년째 낙서쟁이의 삶

웹툰 작가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액정타블렛과 같은 고급 장비를 가지고 휘황찬란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우리의 낙서왕은 샤프로 스케치를 한 뒤 마우스로 채색을 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러므로 그의 그림은 낙서 자체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낙서를 하며 살아온 낙서왕의 삶은 어떨까?

낙서왕의 지난 날을 들여다 보다

낙서왕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기한 내용이 많았다. 생명공학과로 진학을 했던 적이 있고 황신혜밴드의 일원이며 오싹한 웹페이지를 만들기도 했다는 점 등등 재미있는 여정을 보내왔다. 그러나 그의 삶에서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낙서'였다. 이 책에서 그의 다양한 삶과 낙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낙서왕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전국의 낙서쟁이들에게 낙서왕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낙서왕과의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흔쾌한 "OK!!" 와 함께 매우 들떴던 마음도 잠시 무슨 대화를 나눠야하지?
하는 고민과 긴장이 앞섰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질문과 함께 그를 만나러 출발했다!

과연 무사히 낙서왕과의 만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작가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니 다양한 재료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시더라구요~ 컴퓨터로 옮겨가기 전까지의 낙서 과정과 자주 쓰는 연장들을 함께 소개해주세요~!

기본적으로 연필이나 샤프로 밑그림을 그리고 모든 재료들을 싼걸로 구입해요.
문방구나 팬시용품인데, 귀한 것으로 사용하면 부담스럽더라고요.
요즈음은 재료를 좀 바꿨어요. 샤프를 안쓰고 연필로만 사용하고 있어요. 샤프를 몇십년을 써왔는데 애들이 쓰는 연필로 써보니까 부드럽게 잘 지워지고 뭉툭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연필 H, HB정도로 해서 그리고, 펜은 그림에 따라 다른데,
얇은 선은 펜으로 그리고 두꺼운건 붓펜으로 사용하죠.
지우개도 중요하죠! 다이소에서 묶어서 파는, 크게 나온 지우개를 사용해요.
한 화를 그릴 때 지우개 하나정도 쓰는 것 같아요. 지우개는 작아지면 사용하기 어렵고 페이지 전체를 그릴 때는 넓은게 필요하니까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상의 소재를 기록하는 작가님의 낙서 노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작업하기 전에 이 보물창고를 자주 열어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맞아요. 머리속에 기억이 다 남지는 않으니까요~ 가지고 다니지는 않고요 잃어버리면 큰일나니까! 당장은 적지 않아도 시간이 지난 다음에 쓸 수도 있으니까요.

중간에 대각선으로 선이 쭉- 거진 페이지는 이미 만화에서 사용한 내용이라는 표시 입니다. 나중에 볼 때 그런 페이지는 그냥 넘기는 거죠. 대부분은 그림보다는 글이고요, 저나 알아보지, 다른 사람이 보면 중구난방으로 써있으니까 알아보기 힘들거에요.

오무라이스 잼잼 시즌 14가 시작되었습니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만화라서 그런지 더 반갑네요. 시즌 14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지금 한 반쯤 올라왔을 것 같은데요, 그림은 사실 거의 다 그려놓았고요, 마지막 한 두개 빼고는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오므라이스가 한 번 나와요.



오므라이스는 마지막을 위해 아껴놓으신 페이지가 아닌가요?!

그렇긴 한데, 할 때는 또 해야해서요.
아직 갈 길이 머니까요~

작가님의 작업공간은 사무실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하는 집인데요, 집에서 일을 하다보면 어떤 점이 좋고 또 어떤 점이 안좋을까요?

단점은 없는 것 같아요! 공짜인 데다가 언제든지 작업을 하고싶을 때 할 수 있으니까, 어딜 가야하는 것도 아니니 차려입을 것도 없으니까요.
원래 집중을 거의 안하는 타입이라서, 집중이 필요한 작업은 밤에, 12시 이후에 해요. 일도 일이지만, 같이 있는걸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애들이 고등학생이 되어서, 공부도 해야하거든요. 얼마전에 애들이 중간고사를 봤는데, 그 때 저도 작업량이 늘었죠. 같이 하니까. 저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딴짓하고 만화 그리고 그랬거든요.근데 놀때는 놀더라도 할 때는 하는거니까요.

이게 취향이 좀 있는게 재택근무 코로나 때 제 주변에서 하는 것을 보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저는 원래 집을 좋아해서 편합니다.^^

작가님 유튜브에서 작업하시는 영상을 보다보면 감초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있어요. 바로 컴퓨터 배경화면입니다. 여러 배경화면을 보면서 작가님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다양하게 바뀌는 걸 보는게 재미있어요. 지금은 어떤 배경화면을 하고 있으신가요?

지금은 농구선수로 해두었어요. 요즘 농구 시즌이라서, 지금이 딱 그 시즌이거든요. 플레이오프라고해서 결승전 시즌이라서 저희 애들도 보면 바탕화면 그래도 열심히 바꾸더라고요. 새로운 거 나오면 바꾸고 그래요. 그런데 배경화면 잘 안바꾸시나요? 다들 바꾸시지 않나요?!

제가 작가님의 정보와 사진을 얻은 곳이 바로 작가님의 유튜브인데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았습니다. 인물 그리기 콘텐츠인데요, 보통은 한컷을 완성하고 넘어가는게 일반적인데 인물별로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이 참 재밌더라구요. 혹시 지금도 이렇게 인물별로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이때(시즌12)가 쭉 이렇게 하는 방식의 거의 마지막이었을 것 같아요. 요즘은 다른 일들을 병행해서 짬짬히 작업을 하다보니까 그렇게 하다 말다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다섯개를 한다고 하면 세개를 그런식으로 하고, 나머지는 그냥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하는 이유는 얼굴들을 그리다보면 조금씩 달라지거든요. 그게 또 저는 싫어서 한권에서 통일감을 주려고 같은 얼굴을 계속 반복해서 그렸던 거죠.

그림을 그리기가 싫거나 일이 잘 안풀리는 등 힘들때도 있을텐데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활동이 있을까요?

저는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요. 스트레스가 있을 환경 자체를 안만들려고 하죠. 보통 어떤 일들로 스트레스를 받죠? 작가로서의 이야기가 안나오는 것? 저는 오히려 소재가 너무 많아서 문제죠. 가족들과의 이야기도 많고, 세상에 너무 먹을 것도 많고요^^. 또한 가족들하고도 사이좋게 지내고요. 행복하게 지내려고 결혼한거지 싸우려고 결혼한 건 아니잖아요. 먹는게 일이 되어서, 다행히. 최고의 일인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만약 있다면, 맛있는걸 먹으면서 세상은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며 해소할 것 같네요.

이제 질문 2가지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전에 제가 음식에 관한 밸런스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둘중에 한가지를 선택하면 되는데요 바로 생각나는 것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오이를 아예 안먹어요. 한 번 도전도 해봤죠, 몸이 안받는지 안맞더라고요, 그런데 또 오이 피클은 좋아해요.

둘다 괜찮은데 파인애플 피자가 더 좋아요.

만두랑 햄버거의 종류가 다 가능하다면 만두로 가야되겠는데요. 햄버거야 뭐 돈을 내고 먹죠. 차라리, 만두가 좀 더 비쌀 것 같은데요. 그리고 만두는 우리나라도 있고 중국만두도 있고. 만두는 냉동실에 얼려놔도 되고. 햄버거도 좋긴한데 평생공짜라면 만두로 가겠습니다.

평생 이것만 먹는건가요? 그러면 치킨목이 낫겠는데요. 단백질, 지방이 섞여있고 뭐가 좀 모여있으면 몰라도 피자 꼬다리만 먹는건 탄수화물만 먹는다는 얘기인데요. (절레절레)

빵이죠, 떡은 좋지만 떡을 밥으로 먹기는 좀 그렇지 않나요? 또 빵은 종류도 많으니까, 햄버거도 뭐 빵이라고 할 수 있는거 아니에요?^^

제가 작가님에 관한 4가지 부캐를 만들어봤는데요, 디자이너 부캐, 낙서쟁이 부캐, 공포 매니아 부캐, 아빠 부캐 이중에서 특히 더 좋은 부캐 혹은 더 말하고 싶은 부캐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 이 자아들이 다 섞여있어야 될 것 같은데, 제가 이렇게 사는 이유도 한가지만 골라서 살기 싫어서에요. 진짜로 평생 피자 꼬다리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좋은 아빠인데 공포영화만 좋아할 수는 없고 애들과 있을 때는 애들이 좋아하는 걸 보죠. 제가 방에 들어가면 제가 좋아하는 것, 제가 보고싶은 영화를 보니까. 처음에는 막 강요한 적도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같이보러가자. 아내랑도 어떤 때는 둘이 따로 극장에 들어가서 끝나고 나와서 만난적도 있었고 했는데, 요즘에는 둘 다 좋아할 수 있는것을 하려고 해요.

공포만화는 예전에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있고, 애들이 다 크면 또 할 수도 있고요. 제가 그림이나 음식이나 감성 자체가 좀 마이너한 감성이라서, 진짜 제가 가장 메이저로 할 수 있는걸 했던 것이 오무라이스 잼잼이었어요. 마이너 하다는 것은 어떻게보면 대중들과 만나는 지점이 작다는 얘기잖아요.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영역이 뭐가 있을까(고민하면서). 차이니즈 봉봉도 그림체도 스토리도 조금 매니악한 이야기인데, 그런 걸 좀 걷어내고 많은 사람들과 접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던 거고요. 여기서는 이렇지만(대중적인 작업들을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르니까(여러 색깔의 작업들을 하니까).

제가 딸한테도 하는 얘기거든요, 커서 뭐할까 고민하는데, 지금이야 당연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하는 나이니까. 저는 진짜 고등학교 때 만화를 엄청 그렸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제가 만화를 안그리고 공부를 했으면 다른 길을 갔을 수도 있겠죠.

졸업을 하고 일을 하면서도 만화를 계속그렸거든요. 좋아하는 일은 누가 돈을 주지 않아도 사실 계속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계속 했죠. 그러다가 30대 중반에 만화를 그려보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할 수 있다는 (만화를 그리는 것을 업으로 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워낙에 일을 받아서하는 프리랜서를 하다보니까(받지 않은 일로 작업을 할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차이니즈 봉봉클럽은 만화잡지사에서 제안을 했어요. 저는 좋다고 했죠. 원고료도 나온다고 하고. 근데 제가 준비가 되어있었으니까 된거죠. 아니었으면 못했겠죠. 꼭 제가 직업으로 인식해서 만화를 그린건 아니었거든요.

공짜로도 하는 일들이 좋아하는 일들이니까, 하다보면 직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어요.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도, 다이어리를 꾸민다든지 포토카드를 꾸민다든지 그런게 나중에 직업이 될 수도 있고요. 좋아하는 걸 하다보면 뭔가 되지않을까 하는, 저의 경우에는 그랬으니까요.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세요.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을 이길 수 없고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있으니까요.

<후기>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그 날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말대잔치를 벌였던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오는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쉼없이 말한 결과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경규 작가님은 미소를 잃지 않고 얼토당토없는 질문에 친절히 대답해주셨습니다.
또한 인터뷰 답례로 마카롱을 가지고 갔는데 작가님께서도 책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그때 받은 책에 이렇게나 큼지한 싸인이 ..!! (감격!)



어쨋든 행복한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서는데 아차.. 사진을 못찍었다는 아쉬움이 .. ㅜㅜ


어쨋든 이 만남은 저에게 큰 도전이자 행복이 되었습니다.
낙서쟁이의 워너비 삶을 사는 낙서왕 조경규작가님의 위풍당당한 뒷모습을 보며 인터뷰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초라한 사이트의 한 귀퉁이를 멋지게 꾸며준 조경규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