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림의 낙서장

김하림은
아이들의 낙서를 좋아합니다.

저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유치원으로 출근합니다. 그곳에서 아주 멋진 낙서쟁이들을 만나는데요, 그중에서 한 아이가 저를 그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의 낙서는 정말 멋진 힘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결코 그릴 수 없는 순수함과 상상력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기 저 그림 속 제 모습을 보세요. 언제 저런 노란 타이즈랑 주황 구두를 신어보겠어요? 아름답고 따듯한 그 마음을 참 좋아합니다.

김하림은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소심해서 먼저 다가가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말을 걸지 않더라도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을 잘합니다. 그 친구들은 다양한 색깔과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다양한 필기구처럼요. 부드럽고 따뜻한 색연필 같은 친구도, 날카롭고 반듯한 펜같은 친구도 모두 그 매력이 흘러 넘칩니다. 그들이 써내려가는 낙서들이 멋진 작품이 되는 날을 볼 때면 함께 감탄하곤 합니다.

김하림은 OMR 카드를 좋아합니다.

OMR 카드는 지루한 시험시간 속에서 몰래 낙서를 할 수 있는 작은 일탈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낙서를 하다가 걸려 선생님께 혼나곤 했지요. 시험은 늘 떨리고 나름 열심히 정답을 찍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전부 다 맞았다고 쾌재를 불렀지만, 들쳐보니 틀린 것 투성이었습니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며 시험이 모두 끝나면 하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봅니다. 언젠가 그것들을 이룰 내 모습을 생각하며 오늘도 웃음짓습니다.

김하림은 요새 즐겨듣는 음악이 있습니다.

넬의 노래는 언제나 맘을 설레게 합니다. 제가 홈페이지에 넬의 가사모음집을 잠깐 넣었었는데
이를 보고 하윤이 말을 걸어주어서 제 홈페이지가 연결고리 역할이 된 것이 재미있던 기억입니다.
하윤을 함께 만나보세요.

낙서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제 낙서들은


우주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무서운 유령이 되기도 하고



귀여운 소녀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것들은 마침내 살아서 움직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멋진 만남의 순간만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의 조각을 꺼내보는
낙서라는 행위 자체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조금 찌그러지고
아무 의미 없으면 뭐 어떤가요?

그것 또한 내가 보다듬어줄 나의 모습인 것을 :)